
재작년에 매수한 종목 하나가 매수가 대비 15%까지 오른 적이 있었다. 그때 '기왕이면 20%는 채우고 팔아야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매도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딱히 20%란 숫자에 근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어림잡아 정해둔 목표치였을 뿐인데, 그 숫자에 이상하게 집착하게 되었다.
그 뒤로 주가는 20%를 채우기는커녕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15%였던 수익률이 10%로, 5%로 줄어드는 걸 보면서도 '조금만 더 버티면 다시 오르겠지'라는 생각으로 계속 들고 있었다. 결국 주가는 매수가 근처까지 내려왔고, 그제야 15% 구간에서 왜 팔지 않았는지 후회했다. 그 사이 시장 전체는 계속 오르고 있었으니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손실이 더 크게 느껴졌다.
이 경험을 곱씹다가 우연히 읽은 행동경제학 책에서 '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라는 개념을 접했다. 처음 접한 숫자나 정보에 판단이 묶여버리는 현상을 뜻하는데, 내가 정해둔 '20%'라는 목표가 정확히 그런 닻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숫자는 회사의 실적이나 업황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는데도, 나는 그 숫자에 도달할 때까지 무조건 버텨야 한다는 식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그 뒤로 매도를 고민할 때 스스로에게 다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이 종목을 하나도 안 가지고 있다면, 지금 이 가격에 새로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매수가나 한때 찍었던 최고가는 이미 지나간 숫자일 뿐이고, 지금 시점에서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걸 스스로에게 계속 상기시키는 셈이다.
이 질문법을 쓴다고 해서 매번 정확한 타이밍에 팔게 되는 건 아니다. 여전히 판단이 틀릴 때도 있다. 다만 적어도 매수가나 임의로 정한 목표 수익률에 얽매여서 명백한 하락 신호를 무시하는 일은 예전보다 줄었다.

이 글은 개인적인 매매 경험과 행동경제학 개념을 함께 정리한 기록으로,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본인의 책임하에 신중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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