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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심리와 행동경제학

월 12,000원짜리 배당금을 우습게 봤던 제가, 3년 뒤 계좌를 보고 놀란 이유

by IRAKing 2026. 8. 15.

2023년 3월, SCHD를 처음 10주 샀을 때 들어온 첫 배당금은 12,300원이었습니다. 세전도 아니고 세후로 딱 그 정도였습니다. 그날 점심에 회사 앞에서 먹은 국밥 한 그릇 값도 안 되는 돈을 보면서 속으로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아직도 기억납니다. 유튜브에서 배당주 투자로 월세 받듯이 산다는 영상을 보고 혹해서 시작했는데, 현실은 커피 한 잔 값어치도 안 되는 입금 문자였습니다.

 

그 뒤로 반년 정도는 계좌를 거의 열어보지 않았습니다. 매달 월급날 자동으로 소액씩 매수되게 설정해두고는 신경을 꺼버린 겁니다. 사실 반쯤은 관심이 식어서였고, 반쯤은 잔고를 보면 또 실망할 것 같아서 일부러 피한 것도 있습니다. 그 사이에 배당금이 들어오면 배당금 재투자(DRIP) 옵션을 켜놓은 채로 그냥 방치했습니다. 재투자라는 게 뭔지 제대로 이해하고 설정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계좌를 다시 들여다본 건 작년 겨울, 이사 준비를 하면서 여러 앱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증권사 앱을 켰을 때였습니다. 별생각 없이 배당 내역 탭을 눌렀는데, 최근 입금액이 58,000원대로 찍혀 있는 걸 보고 두 번 확인했습니다. 처음엔 오류인 줄 알았습니다. 10주였던 보유 수량이 어느새 47주 가까이로 불어나 있었고, 매달 자동매수와 배당 재투자가 조용히 쌓인 결과였습니다.

 

숫자를 정리해보니 이해가 됐습니다. SCHD는 그 사이 몇 차례 배당을 인상했고, 저는 배당금이 들어올 때마다 그걸 다시 주식으로 사들이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10주였던 게 배당 재투자만으로 늘어난 게 아니라, 매달 소액 적립까지 겹치면서 복리 효과가 생각보다 빨리 붙었던 겁니다. 12,300원이 58,000원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3년이 채 안 됐는데, 그 사이 제가 한 일은 사실 거의 없었습니다. 그냥 자동이체와 재투자 설정을 건드리지 않은 것뿐이었습니다.

 

이 경험에서 제가 배운 건 배당 투자는 첫 몇 달의 숫자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월 12,300원을 보고 실망해서 그만뒀다면 지금의 58,000원도 없었을 겁니다. 반대로 매달 통장을 들여다보며 일희일비했다면 오히려 중간에 팔아버렸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계좌를 방치했던 그 무관심이 오히려 복리가 작동할 시간을 벌어준 셈입니다.

 

요즘은 배당금이 들어오면 알림만 확인하고 따로 손대지 않습니다. 재투자는 자동으로 돌아가게 두고, 대신 분기에 한 번 정도만 전체 포트폴리오 비중을 점검합니다. 목표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5년 뒤에 이 계좌를 다시 열었을 때 또 한 번 놀랄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