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하반기, 다들 곧 금리 인하가 시작될 거라며 성장주 비중을 늘리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재테크 카페에도, 유튜브에도 비슷한 논조의 콘텐츠가 넘쳐났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흐름에 휩쓸려서 몇몇 성장주 ETF를 담을까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다들 이렇게 생각한다면, 이미 주가에 다 반영된 거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 무렵 하워드 막스의 투자 메모 모음을 읽다가 '2차적 사고(second-level thinking)'라는 개념을 알게 됐습니다. 1차적 사고는 "이 회사는 좋은 회사니까 사야 한다"처럼 단순한 결론입니다. 2차적 사고는 "이 회사가 좋다는 건 다들 알고 있다. 그럼 얼마나 좋은지, 그리고 이미 주가에 얼마나 반영돼 있는지, 남들과 다른 내 생각은 무엇인지"까지 파고드는 겁니다. 결국 시장을 이기려면 남들과 같은 결론이 아니라 남들과 다르면서도 맞는 결론에 도달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개념을 알고 나서 제가 그동안 얼마나 1차적 사고에 머물러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다들 좋다고 하니까 좋은 거겠지"라는 식으로 판단을 아웃소싱하고 있었던 겁니다. 정작 "이 정보를 나만 아는 게 아니라 이미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알고 있다면, 지금 사는 게 정말 유리한 선택인가"라는 질문은 한 번도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성장주 ETF를 매수하기 전에 2차적 사고 연습을 해봤습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이미 얼마나 주가에 반영돼 있는지 최근 몇 달간의 주가 흐름을 찾아봤고, 컨센서스와 다르게 금리 인하가 늦춰질 가능성을 다루는 자료도 일부러 찾아 읽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 시점에는 이미 기대감이 상당 부분 선반영돼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 계획했던 매수 비중을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몇 달이 지나고 보니 실제로 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해당 ETF는 한동안 조정을 겪었습니다. 제가 대단한 예측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다들 이렇게 말하니까"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다들 이렇게 말하는데, 그럼 이미 반영된 건 아닐까"를 물어본 덕분에 과도한 베팅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어떤 투자 아이디어가 매력적으로 들릴 때마다 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 생각이 나만의 생각인가, 아니면 이미 모두가 하고 있는 생각인가." 후자라면 그 정보는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녹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하워드 막스의 2차적 사고는 저에게 화려한 전략이 아니라, 남들과 같은 결론에 안주하지 않게 해주는 습관 같은 것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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