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과 채권 비중을 6대 4로 맞추고 정기적으로 리밸런싱하겠다는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아주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비중이 틀어지면 많아진 자산을 팔고 적어진 자산을 사서 원래 비율로 되돌리기만 하면 되는, 산수 문제나 다름없어 보였다. 그런데 막상 주식이 많이 올라서 비중이 7대 3이 된 시점이 오자, 계획대로 실행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잘 오르고 있는 주식을 일부러 팔아서 채권을 사야 한다는 게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손이 나가지 않았다. 지금 파는 순간 더 오를 것 같은 아쉬움이 계속 발목을 잡았다. 반대로 주식이 크게 빠졌을 때 채권을 팔아서 주식을 더 사야 하는 상황에서는, 여기서 더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역시 실행이 안 됐다. 오를 때는 더 오를까 봐 못 팔고, 떨어질 때는 더 떨어질까 봐 못 사는, 정확히 반대로 움직이고 싶은 심리가 매번 발동했다.
나중에 행동경제학 관련 책을 읽다가 이게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오르는 자산은 계속 들고 있고 싶어 하고 손실 자산은 손절을 미루는 성향을 처분효과라고 부르고, 이익보다 손실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손실회피라고 부른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내가 리밸런싱을 실행하지 못했던 게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인지 편향 때문이었다는 걸 알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래서 지금은 그때그때 감으로 판단하지 않고, 분기마다 정해진 날짜에 기계적으로 리밸런싱을 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날짜가 되면 비중을 확인하고 정해진 규칙대로 매매하는 것뿐, 지금 팔아도 될지 사도 될지를 새로 고민하지 않는다. 판단을 최소화하고 규칙에 맡기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끼어들 틈이 줄어든다는 걸 실제로 해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

이 글은 개인적인 투자 경험을 기록한 것으로, 특정 자산배분 비율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리밸런싱 주기와 방식은 개인의 투자 목적과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필요하다면 전문가와 상담하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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