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리 멍거가 입버릇처럼 했다는 말이 있다. "나는 내가 어디서 죽을지 알고 싶다. 그러면 그곳에 가지 않을 테니까." 처음 이 말을 접했을 때는 그냥 재치 있는 농담 정도로 넘겼다. 그런데 몇 번 크게 물린 뒤에야 이 말이 그의 투자 방법론인 인버전(inversion), 즉 거꾸로 생각하는 사고법을 압축한 문장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나는 원래 종목을 볼 때 "이 회사가 왜 오를까"부터 생각하는 습관이 있었다. 실적이 좋아질 이유, 신사업이 성공할 이유, 주가가 저평가된 이유를 먼저 찾고 그 논리에 맞춰 매수 버튼을 눌렀다. 문제는 이렇게 접근하면 내가 세운 가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눈에 들어오고, 반대되는 신호는 자연스럽게 무시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작년에 담았던 한 중소형주가 그랬다. 성장 스토리에 꽂혀서 매수했는데, 부채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는 애써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결국 큰 손실을 봤다.
이 일을 겪은 뒤로 매수하기 전에 질문 순서를 바꿔봤다. "이 회사가 왜 오를까" 대신 "이 회사가 망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를 먼저 적어보는 것이다. 부채 구조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 핵심 고객사 이탈 가능성, 경쟁사의 저가 공세 가능성처럼 회사가 무너질 수 있는 시나리오를 먼저 나열해보니, 예전이라면 못 보고 지나쳤을 위험 신호들이 오히려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 방법이 매번 손실을 막아주는 건 아니다. 다만 적어도 "이 정도 위험은 감수하고 들어가는 거다"라는 걸 스스로 인지한 상태에서 매수하게 됐다는 점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손실이 나면 "왜 이렇게 됐지"라며 당황했다면, 지금은 미리 적어둔 위험 시나리오 중 무엇이 실제로 벌어졌는지 확인하고 대응 속도가 빨라졌다.
멍거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한다고 해서 투자 실력이 갑자기 느는 건 아니었다. 다만 낙관적인 이유만 모으던 습관에서 벗어나, 내가 놓치고 싶어 하는 불편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훈련이 됐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도움이 됐다.

이 글은 투자 대가의 사고법을 개인적인 매매 경험에 적용해본 기록으로, 특정 종목이나 투자 전략을 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본인의 책임하에 신중하게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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