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린치의 "아는 것에 투자하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 무릎을 탁 쳤다. 복잡한 재무제표를 몰라도, 내가 자주 쓰고 좋아하는 브랜드에 투자하면 된다는 얘기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평소에 즐겨 쓰던 생활용품 브랜드와 자주 가던 카페 프랜차이즈 주식을 아무 고민 없이 담았다. 아는 회사니까 왠지 안전할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1년쯤 지나서 계좌를 열어보니 두 종목 다 손실이 꽤 쌓여 있었다. 생활용품 브랜드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쟁 심화로 마진이 계속 줄고 있었고, 카페 프랜차이즈는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 출점이 둔화되는 상황이었다. 매장에서 느낀 친숙함과 실제 회사의 재무 상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라는 사실이 좋은 투자처라는 근거는 전혀 되지 못했다.
그때부터 피터 린치의 책을 다시 찾아 읽어봤다. 그가 말한 "아는 것에 투자하라"는 것은 친숙한 브랜드를 무작정 사라는 뜻이 아니라, 아는 산업이나 제품에서 출발해서 그 회사의 실적과 경쟁력을 남들보다 더 깊이 파고들라는 의미였다. 매장이 잘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아니라 실제 매출 성장률, 부채비율, 경쟁사 대비 점유율 같은 숫자를 확인하는 과정이 핵심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 과정을 통째로 건너뛰고 친숙함만 가지고 결정을 내렸던 셈이다.
지금은 친숙한 회사를 발견하면 오히려 거기서부터 조사를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접근을 바꿨다. 최근 몇 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동종업계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최소한으로라도 확인하고 나서야 매수를 고려한다. 친숙함은 관심을 갖게 되는 출발점일 뿐, 매수 버튼을 누르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걸 손실을 통해 배웠다.
이 글은 개인적인 투자 경험을 기록한 것으로,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친숙한 브랜드에 투자하실 때도 재무제표와 경쟁 환경을 함께 확인하시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와 상담하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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