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쯤, 제 증권사 앱의 거래 내역을 우연히 한 달 단위로 쭉 훑어본 적이 있습니다. 한 달에 매수·매도를 합쳐서 30건 넘게 거래한 달이 수두룩했습니다. 스스로는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숫자로 보니 그냥 뇌동매매를 하고 있었던 겁니다. 수수료와 세금을 빼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었던 것도 그때 처음 계산해봤습니다.
그 무렵 워런 버핏의 오래된 인터뷰 하나를 우연히 읽게 됐습니다. 학생들에게 강연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평생 딱 20번만 구멍을 뚫을 수 있는 카드를 나눠주고, 그 카드에 있는 구멍을 다 쓰면 더 이상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규칙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고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 확신이 드는 기회에만 구멍을 뚫으려 할 거라는 게 요지였습니다. 매매 횟수 자체에 물리적인 한계를 두면, 자연스럽게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나서 제 매매 내역을 다시 봤습니다. 30번 넘는 거래 중에서 정말 확신을 갖고 진입한 건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나머지는 주가가 조금 빠지면 불안해서 팔고, 조금 오르면 더 오를까 봐 급하게 사는 식의 반응성 매매였습니다. 그 순간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니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만의 규칙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카드에 구멍을 뚫듯이, 매수나 매도를 하기 전에 반드시 그 이유를 세 줄 이상 메모장에 적어보는 겁니다. 이유를 명확히 적을 수 없으면 거래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귀찮아서 몇 번 건너뛰기도 했지만, 몇 달 지나니까 이 과정 자체가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를 적다가 스스로 '이건 그냥 불안해서 팔려는 거네'라는 걸 깨닫고 매도를 취소한 적도 여러 번입니다.
이 습관을 들인 뒤로 한 달 거래 건수가 30건에서 많아야 3~4건으로 줄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거래 횟수가 줄었다고 성과가 나빠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왔다갔다가 사라지면서 수수료와 세금 부담이 줄고, 마음도 훨씬 편해졌습니다. 지금도 매매 버튼을 누르기 전에는 항상 "이게 내 20번 중 하나를 쓸 만큼의 확신인가"를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버핏의 이 카드 이야기는 결국 매매 기법이 아니라 태도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단순한 명언이 아니라, 실제로 계좌를 지켜준 습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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