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야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길에 편의점에서 늘 먹던 도시락을 하나 집었는데, 계산할 때 가격을 보고 잠깐 멈칫했습니다. 예전에 3천 원대에 먹던 제품이 어느새 4천 원 중반대까지 올라 있었습니다. 그날은 그냥 "많이 올랐네" 하고 넘어갔는데, 집에 와서 문득 예전 영수증 사진이 카메라 앨범에 남아 있길래 찾아봤습니다.
2년 전 같은 브랜드, 비슷한 구성의 도시락 가격이 3,200원이었습니다. 지금 파는 제품과 정확히 같은 상품은 아니었지만, 비슷한 급의 상품끼리 비교해보니 대략 40% 가까이 오른 셈이었습니다. 월급은 그 사이 2년 동안 몇 퍼센트 오르지도 않았는데, 자주 사 먹는 도시락 값만 이렇게 뛰었다는 걸 숫자로 확인하니 묘하게 억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날 밤 오랜만에 가계부 앱을 다시 켰습니다. 사실 1년 넘게 거의 방치해두고 있었습니다. 지출을 기록하는 게 귀찮기도 했고, 어차피 월급이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석 달 치 카드 내역을 쭉 불러와서 항목별로 정리해보니, 식비 카테고리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확실히 늘어 있었습니다. 특히 편의점과 배달 앱 지출이 눈에 띄게 커져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제가 딱히 사치를 부린 게 아니었다는 겁니다. 먹는 음식이나 습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개별 품목의 가격이 조금씩 오르면서 전체 지출이 자연스럽게 불어나 있었던 겁니다. 이걸 보면서 "체감 물가"라는 말이 왜 뉴스에서 나오는지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통계로 발표되는 물가상승률 숫자와, 제가 매일 편의점에서 느끼는 가격 상승 체감은 결이 다르다는 것도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가계부를 다시 꾸준히 쓰기로 했습니다. 거창한 절약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일단 어디에 얼마가 나가는지부터 정확히 보이게 만드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도시락 대신 며칠은 집에서 간단히 싸 가는 걸로 바꿨고, 배달 앱 주문 빈도도 의식적으로 줄여봤습니다. 큰 결심이라기보다는, 오른 물가에 제 소비 습관이 그냥 끌려가지 않게 한 번 점검해본 것에 가깝습니다.

도
시락 값 하나 때문에 시작된 일이지만, 결국은 제 지출을 얼마나 무심코 흘려보내고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앞으로도 매달 초에는 지난달 지출을 한 번씩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물가는 제가 어쩔 수 없어도, 제가 어디에 돈을 쓰고 있는지 아는 것만큼은 스스로 챙길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생활 속 경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월급은 올랐는데, 왜 새우깡 사 먹기가 겁날까?" (인플레이션의 무서움을 알려준 동네 슈퍼) (3) | 2026.06.0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