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회사 선배와 점심을 먹다가 포트폴리오 이야기가 나왔는데, 제가 금 ETF를 10% 정도 들고 있다고 하니 "그거 배당도 안 나오고 그냥 죽어있는 자산 아니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금은 이자도, 배당도 없고 스스로 돈을 벌어다 주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 GLD를 담을 때 비슷한 의문을 가졌습니다.
제가 금을 편입하기 시작한 건 2022년 하반기, 미국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빠지는 걸 보면서 "분산투자를 한다고 담아둔 채권이 왜 주식이랑 같이 떨어지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알게 된 게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가 항상 마이너스인 건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금리가 급등하는 국면에서는 둘 다 같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실제 계좌 잔고로 배운 셈입니다.
그 뒤로 자산배분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가, 금이 주식·채권과 상관관계가 낮은 몇 안 되는 자산군이라는 내용을 여러 번 접했습니다.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금리 급등기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는 시기에는 주식·채권과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이걸 수익을 더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 포트폴리오 전체가 한 방향으로만 흔들리지 않게 하는 '충격 완화재' 정도로 이해하고 편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제 계좌를 돌아보면, 주식 비중이 크게 흔들렸던 몇몇 구간에서 금 부분만큼은 상대적으로 덜 흔들리거나 오히려 반대로 움직인 적이 있었습니다. 매번 그런 건 아니었지만,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추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됐습니다. 배당이 없다는 단점은 여전하지만, 저는 금을 수익을 내는 자산이 아니라 다른 자산이 흔들릴 때 완충 역할을 하는 자산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중은 일부러 10% 밑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이상 늘리면 배당도 없고 성장도 없는 자산이 전체 수익률을 너무 갉아먹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금은 '수익을 낼 자산'이 아니라 '내 포트폴리오가 흔들릴 때 덜 흔들리게 해주는 자산'입니다. 그 역할 하나만으로도 배당이 없다는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선배에게는 그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배당은 안 나오지만, 다른 자산이 무너질 때 제 마음이 덜 무너지게 해주는 게 이 친구 역할이에요." 조금 오글거리는 표현이었지만,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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