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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자산배분 전략

다들 위험자산만 담을 때, 제가 포트폴리오의 30%를 채권에 넣어둔 이유

by IRAKing 2026. 8. 14.

저는 작년까지만 해도 "채권은 은퇴 앞둔 부모님 세대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0대에 채권을 들고 있으면 수익률을 스스로 깎아 먹는 거라고 믿었죠. 실제로 2023년, 2024년 미국 증시가 랠리를 펼치는 동안 제 계좌에서 TLT 비중은 계속 눈엣가시 같았습니다. 주식은 20% 넘게 오르는데 채권은 제자리걸음이었으니까요.

 

생각이 바뀐 건 2025년 여름, 반도체주 조정으로 코스피와 나스닥이 동시에 흔들리던 며칠 때문이었습니다. 그 며칠 동안 제 주식 계좌는 -8%를 찍었는데, TLT를 포함한 채권 비중 덕분에 전체 포트폴리오 손실은 -4%대에서 멈췄습니다. 숫자로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며칠간 잠을 설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 30%였다는 걸 그제야 체감했습니다.

 

레이 달리오의 올웨더 포트폴리오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게 있습니다. 채권은 수익을 극대화하는 자산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전체가 무너지지 않게 잡아주는 '보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보험료를 아깝다고 안 내는 사람은 없잖아요. 저는 채권을 그렇게 재정의했습니다.

 

물론 모든 채권이 같은 역할을 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TLT(20년 이상 장기 국채)를 선택한 이유는 만기가 길수록 금리 변화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만큼 주식이 폭락할 때 반대 방향으로 크게 움직여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5년 여름 조정장에서 TLT는 주식이 빠지는 동안 오히려 2% 넘게 올랐습니다.

 

다만 최근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채권도 마냥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걸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채권 비중을 고정된 숫자로 못 박기보다, 매년 1월에 한 번씩 제 나이와 금리 환경을 보고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30%가 저에게 맞는 숫자지만, 5년 뒤에는 다른 숫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여전히 확신은 없습니다. 채권 비중을 늘린 이후 제 수익률이 시장 평균보다 낮아진 구간도 분명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최고의 수익률보다, 큰 하락장에서도 패닉 매도를 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게 제가 채권을 계속 들고 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