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워런 버핏의 '뇌'를 빌릴 수 있는 마법공식이 있다면?
워런 버핏이나 찰리 멍거 같은 위대한 투자자들의 철학은 깊은 울림을 주지만, 막상 일반 투자자가 따라 하기에는 너무나 막막하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경제적 해자'는 어떻게 판단하며, '유능하고 정직한 경영진'은 또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요? 좋은 기업을 고르는 것은 마치 예술의 경지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교수이자 전설적인 헤지펀드 매니저인 조엘 그린블라트가 전혀 다른 제안을 합니다. 그는 자신의 어린 자녀들에게도 알려줄 수 있을 만큼 간단하고 명쾌한, 그러면서도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길 확률이 매우 높은 '마법 공식'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이 공식의 핵심은 위대한 투자의 두 거장, 워런 버핏과 벤저민 그레이엄의 철학을 절묘하게 결합한 것입니다. 즉, **"훌륭한 기업(워런 버핏의 철학)을 싼 가격(벤저민 그레이엄의 철학)에 사라"**는 대원칙을, 누구나 계산할 수 있는 두 개의 정량적 지표로 단순화한 것입니다. 이는 더 이상 투자가 소수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정해진 원칙과 규율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옴을 의미합니다.
이 글은 복잡한 분석 없이도 시장을 이기는 지혜, 그린블라트의 '마법 공식'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드릴 것입니다.

2. 마법의 첫 번째 재료: "좋은 기업"을 찾는 지표 (자본수익률, ROC)
'좋은 기업'이란 무엇일까요? 그린블라트는 이를 '적은 자본으로 많은 돈을 버는 기업'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측정하는 가장 효과적인 지표로 **'자본수익률(Return on Capital, ROC)'**을 제시합니다. ROC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위해 투입한 총자본(고정자산 + 순운전자본) 대비 얼마나 많은 이익(세전영업이익)을 벌어들이는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입니다. 이는 단순히 자기자본만 보는 ROE나 총자산만 보는 ROA보다 기업의 '진짜 돈 버는 능력'을 훨씬 더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붕어빵 장사 A와 B가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A는 100만 원짜리 붕어빵 틀(자본)을 가지고 1년에 50만 원의 이익을 남겼고(ROC 50%), B는 똑같은 100만 원짜리 틀로 10만 원의 이익만 남겼습니다(ROC 10%). 둘 중 누가 더 뛰어난 사업가일까요? 당연히 A입니다. 마법 공식의 첫 단계는 바로 이처럼 높은 ROC를 기록하는 기업들의 순위를 매기는 것입니다. 높은 ROC는 그 기업이 강력한 브랜드, 독점적인 기술, 혹은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 등 경쟁자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이것이 바로 마법 공식이 찾는 '좋은 기업', 즉 마법의 첫 번째 재료입니다.

3. 마법의 두 번째 재료: "싼 기업"을 찾는 지표 (이익수익률, Earnings Yield)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너무 비싼 가격에 사면 결코 좋은 투자가 될 수 없습니다. 마법 공식의 두 번째 단계는 '싼 기업'을 찾는 것입니다. 그린블라트는 이를 위해 주가수익비율(PER)의 역발상 개념인 **'이익수익률(Earnings Yield)'**이라는 지표를 사용합니다. 이익수익률은 기업이 벌어들이는 세전영업이익(EBIT)을 기업의 전체 가치(시가총액 + 순부채)인 '엔터프라이즈 밸류(EV)'로 나눈 값입니다. 이는 우리가 기업 전체를 인수한다고 가정했을 때, 투입한 총자본 대비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채권의 시가수익률과 유사한 개념입니다.
PER이 분모에 주가(Price)만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이익수익률은 분모에 기업의 부채까지 포함한 EV를 사용하므로 재무구조의 차이까지 고려할 수 있어 훨씬 더 정확하게 기업의 상대적인 가격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이익수익률이 15%라면, 이는 우리가 그 기업을 통째로 인수했을 때 매년 15%의 세전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은행 예금 금리나 국채 수익률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강력한 척도가 됩니다. 마법 공식은 이처럼 이익수익률이 높은 기업들, 즉 현재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시장에서 저렴하게 거래되는 기업들의 순위를 매깁니다. 이것이 바로 마법 공식이 찾는 '싼 기업', 즉 마법의 두 번째 재료입니다.

4. 최종 결론: 마법을 현실로 만드는 '규율', 그리고 한 가지 '경고'
이제 마법의 레시피는 완성되었습니다. 1) 모든 상장 기업을 '자본수익률(ROC)' 순위로 매깁니다. 2) 모든 상장 기업을 '이익수익률' 순위로 매깁니다. 3) 두 순위를 합산하여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상위 20~30개 기업에 자산을 동일 비중으로 투자합니다. 4) 이 포트폴리오를 1년간 보유한 뒤, 모두 팔고 다시 같은 과정으로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합니다. 이 과정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마법 공식'의 전부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의 백테스팅 결과, 이 단순한 전략은 시장을 압도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린블라트는 한 가지 중요한 '경고'를 덧붙입니다. 마법 공식의 진짜 마법은 공식 그 자체가 아니라, **"이 공식이 단기적으로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원칙을 지키는 규율과 인내심"**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마법 공식 포트폴리오는 시장에 1년, 심지어 2~3년 연속으로 뒤처지는 기간이 반드시 발생합니다. 바로 이 시기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의심에 빠져 공식을 포기하고 맙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고통의 기간'이 있기에 공식이 장기적으로 계속 유효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이 공식이 매달, 매년 시장을 이긴다면 모든 사람이 따라 할 것이고, 초과수익은 즉시 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조엘 그린블라트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은 단순히 시장을 이기는 공식이 아니라, 시장의 단기적인 변덕을 견뎌내고 장기적인 가치를 믿는 '진정한 투자자의 태도'였던 셈입니다.
용어 정리:
- 조엘 그린블라트: 헤지펀드 '고담 캐피탈'의 창립자이자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일반인을 위해 가치 투자를 공식화한 명저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The Little Book That Beats the Market)』으로 유명하다.
- 자본수익률 (ROC, Return on Capital): 기업이 영업에 투입한 자본 대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 '좋은 기업'을 판단하는 척도로 사용된다.
- 이익수익률 (Earnings Yield): 기업의 세전영업이익(EBIT)을 기업가치(EV)로 나눈 값. 기업이 현재 가격 대비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지를 나타내며, '싼 기업'을 판단하는 척도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