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실패담과 배운 것들

현수막 하나 잘못 재단해서 거래처한테 욕먹었던 날

by 옥외광고 연구소 2026. 9. 20.

현수막 재단할 때 다들 여유분 넉넉히 잡으라고 하는데, 저도 처음엔 그 말을 대충 흘려들었습니다. "몇 mm 차이가 뭐 그렇게 크겠어" 하고요. 그러다 한 번 제대로 사고를 쳤습니다.

 

간판집 사장님이 급하게 행사용 현수막을 맡기셨는데, 거치대 규격에 딱 맞춰서 재단해달라고 하셨어요. 저는 도면에 나온 치수 그대로 재단기에 넣었습니다. 문제는 원단이 열에 살짝 수축한다는 걸 그날따라 깜빡했다는 겁니다. 코팅 원단은 인쇄 후 건조 과정에서 아주 미세하게 줄어드는데, 평소엔 이걸 감안해서 양쪽에 여유를 두고 재단하거든요. 그날은 물량이 밀려서 서두르다가 그 단계를 건너뛰었습니다.

 

결과물을 걸어보니 거치대보다 살짝 짧아서 고정 고리가 헐렁하게 걸렸습니다. 행사 당일 아침에 사장님한테 전화가 왔는데, 목소리부터 심상치 않더라고요. 바람 조금만 불어도 흔들려서 못 쓰겠다고, 행사 시작이 몇 시간 안 남았는데 이걸 어쩌냐고 하셨습니다.

 

그날 배운 것

 

일단 원단 수축은 원단 종류마다 편차가 있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됐습니다. 저희가 주로 쓰던 광고용 원단 기준으로는 가로 1미터당 대략 2~3mm 정도 줄어드는 경우가 있었는데, 큰 사이즈일수록 이 오차가 무시 못 할 수준까지 벌어집니다. 도면 치수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되고, 재단 전에 항상 여유분을 더해야 한다는 걸 그날 이후로는 습관처럼 확인하게 됐습니다.

 

또 하나는 급할 때일수록 체크리스트를 건너뛰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작업장에는 원래 재단 전 확인해야 할 순서가 있었는데, 그날은 주문이 몰려서 그 순서 중 하나를 생략했습니다. 물량이 많을 때 오히려 실수가 나온다는 걸 그때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그 이후로 바뀐 것

 

그날 이후로는 재단 전에 원단별 수축률을 따로 메모해두고, 큰 사이즈 주문일수록 여유분을 더 넉넉하게 잡는 쪽으로 작업 방식을 바꿨습니다. 급한 주문이 들어와도 재단 전 체크 순서만큼은 절대 생략하지 않기로 했고요. 그 사장님한테는 결국 당일 오후에 급하게 다시 제작해서 가져다드렸는데, 그 뒤로도 계속 거래를 이어가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대신 그날 이후로는 그 거래처 주문이 들어오면 재단 치수를 두 번씩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현수막이나 배너 만드는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자잘한 사고가 은근히 자주 생깁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재단 관련해서 겪은 일을 정리해봤는데, 다음엔 소재별로 실제로 써보고 느낀 차이도 한번 써보려고 합니다.

 

현수막·배너·LED 전광판을 5년 넘게 직접 만들고 팔아온 사람입니다. 시공 현장에서 겪은 실패담, 소재별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기록합니다.